2020년 11월 20일 - 11월 29일 낮 2시 - 저녁 6시
회의실 (마포구 상수동 와우산로 24)
참여작가 : 류수현 @soohyun_ryu 조희진 @_joheejin
글 : 조정민 @nowherejmc
포스터 : 론디 @rondinotrondy
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물질은 수축과 팽창을 하고 이는 ‘쓰임ʼ과 관련이 있다. 의도한 쓰임
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면밀히 계산된 수축과 팽창이 필요하다. 우리가 발붙이고 있는 이 지구부터
가 그러하다. 지구가 탄생한 후 다소 식은 상태가 되었을 때, 표면은 전체가 단단한 화강암 덩어리
로 완벽한 불모지였다. 하지만 이러한 무쓸모함을 극복하고 생명을 품기 위해 대자연은 간단한 방
법을 쓰기 시작했다. 지표면의 바위 온도를 조절함으로써 바위 분자들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며
균열이 계속되어 가루, 즉 토양이 되게끔 한 것이다. 이것이 지구의 토대이듯, 공예의 기본이다.
류수현이 다루는 매체인 쿠키는 숙성 및 굽기를 통해 반죽의 공기 혹은 가스로 팽창하는 반면, 조
희진의 매체인 도자는 건조 및 굽기를 통해 기물에 함유된 수분이 제거되며 수축된다. 하지만 수
축이냐 팽창이냐의 차이만 벗어나면 베이킹과 도예는 매우 닮아있다. 둘은 모두 반죽과 성형을 거
치고 건조와 숙성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단계를 가지며 열을 필요로 한다. 또한 사전의 계산
이 언제나 실질적인 구현과 뜻한 쓰임으로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다. 이러한 특징들은 두 작가가
조성한 풍경인 화산과 유사하다. 영겁의 시간 속에서 들끓는 용암의 무수한 수축과 팽창을 겪은
화산은 예측할 수 없는 변수인 폭발에 항시 준비돼있다. 이는 과정에 늘 비례하지 않는 결과에도
초연하려는 두 작가가 지향하는 태도이기도 하다. 고된 작업 끝에 제대로 된 쓰임을 얻은 완성본
이라 해도 염두해야만하는 파손의 위험성에 대해서까지 말이다. 고로 두 작가에게 베이킹과 도예
는 항상 맴도는 긴장감 속에서 스스로의 쓰임을 환기해주는 적당한 수축과 팽창을 향한 반복적 수
련이다.
이토록 고요하고 작은 하나의 화산을 함께 탄생시키기 위해 류수현, 조희진은 상대의 수축/팽창을
고려하며 본인의 정도를 조절했을 것이다. 그 과정을 떠올려보면 서로의 유사한 작업에 대한 따뜻
하고 소소한 존중과 격려마저 묻어난다. 이는 당연할 것이다. 적절한 수축과 팽창 지점을 찾기 위
해서는 균형을 위한 각 요소의 배려가 전제되어야 하니 말이다. 쓰임있고 아름다운 공생의 별은,
공예는, 합작은 그렇게 탄생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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